아마존닷컴 창업 6년만에 흑자…K마트 파산과 대조적

  • 입력 2002년 1월 23일 19시 00분


22일 K마트가 파산을 공식화하기 불과 한 시간 전 아마존닷컴(amazon.com)은 95년 7월 창업 이후 6년여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03년 전통의 미 3대 소매유통회사인 K마트는 60년대 초로서는 혁신적인 할인 대량판매로 30여년간 미 소매시장을 석권한 기업. 반면 아마존은 매장 없이 소비자와 생산자를 온라인으로 직결하는 사업모델을 처음으로 창출했지만 누적 적자만 28억달러(약 3조6400억원)에 이르는 기업이다.

몇몇 투자분석가들은 두 사건을 구경제에서 신경제로 가는 이정표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3일 보도했다.

아마존은 지난해 4·4분기에 509만달러(약 65억원)의 흑자를 기록, 전년 동기의 5억4500만달러의 적자에서 비약적으로 수익을 신장시켰다. 주당 1센트에 불과한 수익이지만 월가의 전망치 주당 7센트의 적자를 훨씬 웃돌았다. 아마존 주가는 이날 24%나 상승해 12.60달러에마감됐다.

이에 앞서 온라인 경매회사인 e베이도 지난해 4·4분기 흑자가 전년동기 대비 8% 늘어난 2590만달러, 야후는 적자규모가 전년동기의 9780만달러보다 크게 줄어든 870만달러라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20달러 이상의 책 가격을 30% 할인하는 등 공세적 저가전략으로 매출을 23%나 늘리면서도 비용은 오히려 24%나 절약함에 따라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매출이 늘어나는데 비용이 줄어든 것은 인터넷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비용경쟁력 때문이다. 물류센터 두 곳을 폐쇄하고 1300명을 감원한 고강도 구조조정도 한 요인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회장(36)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격이 내려갈 때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게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 아니냐”며 “앞으로도 어리석다고 할 정도까지 가격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아마존의 전략은 거꾸로 판매량을 먼저 늘려 시장을 선점하자는 것이었다. 이익은 뒷전이었다.

도서뿐만 아니라 음반, 비디오,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손 안 대는 품목이 없을 정도여서 투자분석가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99년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던 베조스 회장은 이듬해에는 ‘낄낄대는 미치광이(chuckling maniac)’로 조롱받았다.

그는 이날 그동안 무수한 비웃음을 의식한 듯 “우리의 사업 모델이 맞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수익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첫 흑자는 유로화 약세에 힘입은 것. 유로화로 갚을 빚이 줄어들면서 흑자규모보다 많은 1600만달러를 절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은 번창까지는 아니고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