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가 영국의 시대였고 20세기가 미국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인가.
이 책의 저자들은 화려하다. 주룽지 총리, 탕자쉬안 외교부장, 다이상룽 인민은행 총재, 샤오양 최고인민법원장 등 중국의 최고위 관료와 하인리히 폰 피에러 지멘스 회장, 조지 피셔 이스트먼 코닥 전회장등 중국시장 개척에 나섰던 세계적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 그리고 오랜 기간 중국에 주재하면서 중국을 보아온 37명의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경제, 법 체계, 국제관계, 언론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요즘 ‘중국이 뜬다’류의 책에서 벗어나 중국의 본모습을 알자는 취지에 맞춰져 있다.
일반인들에게 중국관련 정보는 주로 중국의 관영 언론이나 서방 언론을 통해 제공받는 경우가 허다해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각도 종종 기대와 우려, 과장과 비판 등 어느 한 쪽에 치우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서 ‘지금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중국은 어디로 나아갈지’를 다각도로 보여 주고 있다. ‘경제와 개혁’ ‘국제관계’ ‘투자와 무역’ ‘상공업’ ‘통치와 법’ ‘은행과 금융’ ‘정보산업과 인터넷’ ‘언론’등 8개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수십 명의 필진이 나름대로의 견해와 전망을 밝히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일찌감치 진출하여 뿌리를 내린 코닥, 지멘스, 바이엘, 골드만삭스 등 다국적기업들의 최고 경영자들이 제공하는 중국에서의 경험담과 조언은 참고가 될 만하다.
예컨대 ‘이스트만 코닥’ 대표이사 조지피셔는 협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 길지는 않지만 전 과정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중국인들이 진정한 필요할 때에만 비로소 현황과 미래를 내다보고 스스로 변한다. 중국인과 접할 때 위계를 써서는 안된다”고 전한다.
또 스타 차이니스, 스타무비, 스타뉴스 등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 TV’ CEO인 제임스 머독은 중국 미디어 부문의 발전전망을 기술하면서 “중국경제가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토양을 마련한 것은 바로 거대한 통신망의 신속한 구축 때문이었으며, 인터넷의 급격한 보급은 중국을 세계 경제에 더욱 통합시키는 한편 중국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방지법, 반독점법 등 법제도 정비와 빈부 격차 등을 중국정부가 해결하고 넘어야할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다.
‘차이나 베스트’의 로버트 설린 회장은 최근 중국에서 떠오르고 있는 벤처자본의 역할과 사모투자펀드가 중국투자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차이나베스트는 중국에 벤처캐피탈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1983년에 이미 사모 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를 설립하여 중국기업에 투자해온 대중국 투자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설린 회장은 “실리콘밸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자본시장의 깊이와 효율성, 미국 소비시장의 힘, 자유롭게 반짝이는 사업 아이디어 때문이며, 세계에서 이를 모두 재현해 낼 수 있는 곳은 중국뿐이다”라고 단언하고 있다.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불고 있는 차이나투자펀드 조성 움직임과 관련하여 우리 업계 관계자들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원제 ‘China’s cemtury’. 이진수·이희재 옮김.
박기순 (한국산업은행 국제금융연구원·경제학 박사) kspark@kd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