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3개월-디플레 치유에 효과없다

  • 입력 2002년 1월 28일 15시 46분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물가하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 3개월째 엔화가치 약세를 용인하고 있지만 물가가 오르기는 커녕 디플레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엔화가치는 12%나 떨어졌지만 도쿄도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7%나 떨어졌다. 기업실적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추락하는 물가=엔화가 떨어지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국내물가가 오르는 것이 경제원리의 기본. 일본 정부도 엔저용인으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려 하지만 워낙 소비가 침체되다 보니 기업들은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것은 꿈도 못꾸고 있다.

대표적인 수입소비재인 휘발유만 하더라도 수입가격이 올라도 소비자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닛세키미쓰비시의 무연휘발위 1리터 가격은 지난해초 105엔에서 지난해말 100엔까지 떨어졌으며 최근에는 90엔대까지 떨어졌다. 또 해외생산 의류를 판매하는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도 1900엔, 2900엔대의 중심가격을 지난해 9월 1500엔, 2500엔으로 낮춘뒤 저가공략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에서 가격인하가 시작된 것은 98년 금융위기 당시 일본맥도날드가 평일 햄버거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면서부터. 나머지 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가격인하는 외식업체뿐 아니라 의류 서비스 가전제품 등 산업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특히 지난해부터 경기가 더욱 침체되고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각부가 28일 발표한 지난달 도쿄도 소비자지수는 전년 같은달보다 무려 6.1포인트나 떨어진 38.2를 기록,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위축이 계속되자 1월 도쿄도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달보다 1.7%나 떨어졌다. 엔저 직전인 10월에는 -1.1%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가 엔저이후인 11월에는 -1.3%, 12월에는 -1.5%로 오히려 엔저이후 물가하락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실적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28일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지난해 소매업판매액은 136조1230억엔으로 전년보다 2.2% 떨어져 5년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안세일(安世一)한국은행 도쿄사무소 부소장은 "일본 경제가 워낙 악화돼 있기 때문에 엔저정책은 디플레 개선 등 경제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엔저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도쿄=이영이특파원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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