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 '학력고사' 열풍

  • 입력 2002년 1월 29일 18시 13분


미국의 교육 개혁이 미 초중고교에 ‘입시 열풍(test drive)’을 몰아 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8일 서명함으로써 법으로 확정된 교육개혁안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공립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들은 매년 읽기와 수학(數學) 학력능력 평가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 2년 연속 성적이 저조한 학교는 학부모에게 자녀 한 명당 1000달러의 사교육비를 내줘야 하는 것에서부터 극단적인 경우 학교 폐쇄와 같은 다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변화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공립학교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사교육 기관들이 발빠르게 새롭게 열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월4일자)에 따르면 미국의 초중고교들은 앞다투어 프린스턴 리뷰, 캐플런 등 미국 입시 전문학원과 계약을 하고 이들 학원에서 내놓은 학생능력 평가시험(K12 Test) 준비반, 교사 연수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옥스나드의 프랭크 중학교의 경우 3년 연속 하위권을 맴도는 학교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부터 캐플런에 1만500달러(약1400만원)를 주고 교사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펄리버의 덜피 고등학교도 온라인 입시 전문학원인 테스트 유와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만8000달러짜리 온라인 강좌 계약을 하고 학생들의 시험 성적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높은 시험 성적을 보장하겠다”고 선전하는 소규모 사설 학원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으며 출제 가능성이 높은 문제 등을 가르쳐주는 유료 ‘족집게 사이트’도 등장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 주간지는 학생능력 평가시험준비를 위한 사교육 시장 규모만 벌써 5000만달러(약 650억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같은 교육 개혁이 학생들의 학력 신장 대신 학교의 자율성만 침해하고 시험위주의 기능인만 길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 유력 입시전문학원의 경우 문제 해결 능력보다는 심지어 문제를 읽지 않고서도 오지선다형의 정답을 맞추는 방법이나 먼저 답안의 문항들을 읽은 뒤 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 요령만을 가르쳐 벌써 빈축을 사고 있다.

타임은 사설 입시학원들이 내놓은 시험준비요강, 연수 내용 등이 학습 내용과는 거리가 먼 시험 보는 기술 등을 다루고 있다며 미 교육계에 불고 있는 ‘입시 열풍’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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