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때아닌 여자의 눈물 논쟁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지난달 25일 "눈물은 여자의 최대 무기여서 우는 여자는 남자도 어쩌지 못한다"고 말한 것이 여성 차별 아니냐는 것. 그는 외무성 관료와 대립하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이 왜 관료 말만 믿고 내 말은 안믿느냐 며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이같은 발언을 했다.
그 직후 초당파 여성 국회의원 18명은 총리관저를 방문해 총리의 발언은 여성의 발언과 분노, 슬픔에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이라며 철회를 요구해 국회에서도 논란이 예상됐었다.
민주당의 사이토 쓰요시(齊藤勁) 의원은 이날 "총리의 발언은 여성을 멸시하는 것 이라며 출석중인 4명의 여성 각료에게 감상을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오기 지카게(扇千景) 국토교통상은 "여자의 눈물은 보석이다", 모리야마 마유미(森山眞弓) 법무상은 "남자가 울면 여자도 약해진다", 도야마 아쓰코(遠山敦子) 문부상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매력중의 하나"라는 등 총리를 옹호하는 답변들을 내놓았다.
압권은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환경상의 답변. 그는 멋진 남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눈물은 여자의 무기라는 말을 듣고 싶다 고 말해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기분이 좋아진 고이즈미 총리는 "역시 환경상이다. 저렇게 말을 잘하니 일도 잘하는 것 아니냐"고 추겨세운 뒤 눈물이 여자의 무기라는 것은 사실 아니냐. 이 발언은 남녀 평등과 관련이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다나카 전외상을 경질한 지난달 30일 도쿄TV가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이즈미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70%대에서 34%로 곤두박질쳤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