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과의 비교〓냉전시대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였던 러시아의 올해 국방예산은 미 국방예산의 2.5%인 겨우 90억달러. 러시아의 국가예산 전체가 미 국방예산의 17%에 불과하다.
미 행정부는 2007 회계연도까지 연간 국방예산을 4514억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어서 러시아를 아예 멀리 따돌릴 태세다.
미국은 군사력 증강을 위해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78억달러, 향후 5년간 무기와 기타 군장비 현대화에 4080억달러를 배정한 반면 러시아는 국방예산의 40%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여서 신무기 개발은커녕 기존 무기의 유지도 벅찬 형편이다.
유럽과 비교해도 미국의 우위는 확연하다. 올 회계연도에서 미 국방예산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전체 회원국의 국방예산 총합보다 두 배가 넘는다. 새 회계연도의 증액분 480억달러만 해도 독일 전체 국방예산의 두 배 이상이다.
이 같은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3790억달러의 국방예산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3.5%. 유럽에서 GDP 대비 국방예산의 비중이 가장 높은 프랑스가 2.6%, 영국이 2.4%다. 세계 최대인 미국의 GDP 규모를 감안하면 절대액수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돼 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울리야노프 니콜라이는 “이번 미국의 군사예산 증액이 3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승인될 중국의 국방예산 규모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군비경쟁의 격화를 우려했다. 그러나 중국도 지난해 공식 발표된 국방예산이 역시 미 국방비 증액분의 절반도 안되는 200억달러에도 못미쳐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요원하다.
▽일방주의적 외교노선 논란〓유럽과 러시아에서는 미국이 이처럼 증강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일방주의적 외교노선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지 로버트슨 NATO 사무총장은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누구나 ‘힘있는 유럽’을 주창하지만 군사적으로 유럽은 피그미에 불과하다”면서 유럽 각국에 국방예산을 늘리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미국 독주에 대한 유럽의 비판은 온당치 않다”면서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나눠가지려면 그에 상응해 군사력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미국이 국내 복지에 써야 할 예산을 국방에 돌리면서 국제안보에 대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국내 복지에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미국의 군사력 독주만 탓하고 있다는 반론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