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라크 북한 '3國' 겉으론 발끈…속으론 화해손짓

  • 입력 2002년 2월 6일 18시 1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당사국인 북한 이란 이라크는 겉으로는 강력하게 반발하면서도 뒤로는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민의 대이라크 군사행동 등에 관한 지지율
찬성률
대이라크 군사행동77%
국가 미사일방어망 구축 계획67%
대테러전을 위한 국방예산 증액76%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악의 축’으로 규정된 데 대한 불쾌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현실적 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은 5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미국의 군사주의와 일방주의가 세계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국내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이 발견될 경우 이들을 본국으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알 카에다와 탈레반 병사들의 월경을 묵인했다”며 이들을 색출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

이라크도 부시 대통령 발언 직후인 지난달 30일 “미국은 미국의 뜻에 복종하지 않는 정부와 국민에게 국가적 테러를 자행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공박한 데 이어 3일에는 이라크 북부 상공을 비행 중이던 미군 전투기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4일 코피 아난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유엔 사찰단을) 조건 없이 만나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년 전 유엔과 핵무기 사찰에 대한 회담을 재개하는 전제조건으로 자국에 대한 제재조치 해제를 요구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북한은 아직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국과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다’는 등 강경 발언(1일)을 쏟아냈다. 그러나 북한도 은근히 이라크 이란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중앙통신은 1일자 논평에서 “우리는 테러와 인연이 없다는 것을 한두 번만 천명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를 위협한 일이 없다”며 테러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일에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본 등 동맹국 미사일의 위험성에는 침묵하고 적대국 미사일만 문제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표면상 비난의 뜻을 담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을 대량살상무기 생산국으로 낙인찍은 미국에 대해 재고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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