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부시 악의 축 발언에 한국 낙담"

  • 입력 2002년 2월 15일 18시 51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미국의 오랜 맹방인 한국이 크게 낙담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우려를 완화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 발언 후 경색된 한반도 상황을 전하면서 “‘악의 축’과 같은 수사학적 발언이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가능성은 없다”고 지적하고 “부시 행정부가 비난받아 마땅한 국가들을 다루는 데 있어 감정적이고 지적인 면에서 모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핵대사의 말을 인용해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여러 현안에 대해 북한의 항복을 받기 위해 만날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북한이 이란,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 등에 미사일과 미사일 기술을 수출해 왔던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미국과의 핵 관련 협정 이후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 더 이상 테러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언제 어디서든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재천명할 예정이고, 한국은 부시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할 것이라고 양국 관리들이 말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북한을 다루는 최상의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토론을 호도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 밖에 북한과 미사일 협상을 벌였던 클린턴 행정부의 관료들은 협상이 거의 타결 직전에 있었던 것으로 믿고 있으며 북한으로부터 광범위한 양보를 얻어내기 어려울 경우 미사일 수출문제를 분리 처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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