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과 투자은행들이 이구동성으로 ‘일본발(發) 대공황’을 언급하는 것에 견줘볼 때 상당한 시각차가 느껴진다.
▽금융위기는 ‘가능성’일 뿐〓금융연구원 차백인(車白仁) 국제금융팀장은 “3월 위기설은 10% 미만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차 팀장은 “4월 1일 예금 부분보장제 실시를 앞두고 형편이 좋지 않은 금융기관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촉발돼 전 금융권으로 퍼져야만 위기라고 할 수 있다”며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했다.
이상헌(李相憲) 한국은행 국제국장도 “대형 금융기관들은 충분히 부분보장제에 대응할 수 있으며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금융불안이 깊어진 현 상황을 위기로 몰아세우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방 중소 금융기관에서 이탈한 자금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3월 위기설보다 일본경제의 체질이 구조적으로 취약해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위기가 온다면〓차 팀장은 ‘일본 금융소비자들이 현명하다’는 가정 하에 중소 금융기관의 현금 인출사태가 대형 금융기관으로 번지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금융부문이 기능을 잃게 돼 기업도산이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번져 대공황으로 번진다는 것.
악순환 과정에서 나타날 엔화 가치의 급락과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구본관 수석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0엔대 이상으로 단기간 폭등하지만 △단지 ‘불안이 깊어지는’ 상황이라면 140엔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단기적으로 두 가지. 일본 금융기관들이 한국과 동남아에 꿔준 돈을 거둬들이는 국제 금융시장의 경색과 급격한 엔저가 가장 두렵다. 이상헌 국장은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에 허용한 신용한도는 4억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다”며 “채권 회수가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감한 처방이 아쉽다〓현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이 가장 애쓰는 부분은 신뢰 확보. 14일 금융권 부실을 털어 내기 위해 금융청이 벌이고 있는 은행 특별검사 결과를 공표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경제재정정책위원회도 예정보다 앞당긴 15일에 소집, 디플레이션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 국장은 그러나 “일본은 급성 암환자가 아닌 만성적인 난치병 환자”라며 “일본 사회의 위기감이 약해 과감한 처방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박래정기자·도쿄〓이영이특파원>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