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18일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북한 정권을 다루는 데 있어) 모든 대응방안이 책상 위에 올라와 있다”고 말해 무력 제재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 3개국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의 위협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지난달 28일 연두교서의 내용과 일치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고(…) 미국은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언급해 무력 공격 가능성을 배제했다.
이어 21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어제 서울에서의 제의는 진심(real offer)”이라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데 장 주석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해 대화 쪽에 결정적인 무게를 실었다.
그는 또 “테러를 척결하는 데는 여러 가지 수단이 있으며 어떤 국가는 외교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3개국에 대한 대응을 차별화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같은 발언 수위의 변화가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원칙에서 후퇴한 것인지, 아니면 일단 대화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절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발언수위의 변화에는 중국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부시 대통령의 방중에 앞서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데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중국은 부시 대통령의 이날 대화 중개 요청으로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자로 인정받는 외교적 성과도 거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