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박성희/'악의 축'관련기사 입체적 보도를…

  • 입력 2002년 2월 22일 18시 1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이루어진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단연 북한 문제였다. 북한을 ‘악’으로 간주하느냐, 동포로 끌어안느냐 하는 기본인식의 차이는 한국과 미국 양국뿐만 아니라 한국 국민 사이에도 존재한다.

북한이나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데 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다. 언론사마다 북한에 대한 입장과 견해가 다르겠지만, 언론은 북한에 대한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어 남북의 동질성 회복과 한반도 평화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지난 2주간 동아일보는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그러나…”라는 부시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화법의 진의를 보도하기 위해 애쓴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기사의 양, 취재원의 구성, 기사의 심도와 전문성 측면에서 보강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 관련 기사는 홍수를 이루었으나 정작 시시각각 움직이는 기사를 심층 분석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돕는 친절한 기사도 아쉬웠다.

폐쇄적인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생생하고 정확한 보도를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언론이 북한 관련 취재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취재원의 다각화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워싱턴의 고위 관리, 독일 언론 등 서방권 소스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기관과 북한 전문가, 탈북자는 물론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 등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면 더욱 유익한 기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입처 위주의 보도는 기사의 연관성을 떨어뜨리고, 내용의 중복을 가져오기도 한다. 같은 주제의 기사를 종합해서 해설과 함께 정리해 보도하면 독자들이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연일 보도된 정상회담 언저리의 바쁜 움직임 중에는 반복 전달된 내용이 많았고, 20일자 ‘북, 미사일 수출 세계 1위’ ‘북, 이란 시리아 리비아에 미사일 기술 수출’ ‘이라크, 북서 미사일 기술 받아’ 등의 기사는 한데 묶어서 보도하는 편이 더 좋았다.

북한기사의 문제는 지면 확보와도 관계가 깊다. 엄밀히 따져 외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제면에서 다루지도 않고, 주재기자를 상주시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방면에 소화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은 정치면의 한 귀퉁이에 자리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정파를 뛰어넘어야 할 북한 문제가 정파적인 내용으로 흐르기 쉽다.

환골탈태에 가까운 세련된 편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섹션면은 나날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작가 박영한과 딸의 대화’(20일자 D1면)는 새로운 형태의 기사 쓰기 실험이 무난히 성공을 거둔 것이라 볼 수 있으며, ‘블룸버그 24시 정보전쟁 밀착취재’(15일자 WEEKEND 1면)는 뉴스가 담긴 피처스토리로 흥미를 끌었다. 모두 소재보다 뉴스 전달 방식의 연성화로 가독성을 높인 경우다. 다만 의학 관련 기사 중 한방과 대체의학(18일자 D7면)을 다룰 때는 검증되지 않은 의학상식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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