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본 동계올림픽]잇단 판정시비 자성 목소리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48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폐막 하루 전인 24일 결산 기사를 통해 이번 대회가 강한 반미 열기를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미국간에 잠복돼 있던 냉전시대의 적대감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올림픽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매력적인 스포츠와 분노에 찬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 발췌 요약.

미국인들은 지난 금요일 하루에만 30개의 메달을 낚아 올리는 이벤트를 만끽했겠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화려함과 정신적 단합으로 시작됐던 이번 대회가 강한 반미 열기에 휩싸인 채 ‘북미의 편견(North American bias)’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끝나고 있다.

개막 3일 후 일어난 피겨스케이팅 페어부문의 판정시비로 평등의 원칙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 올림픽은 두 방향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표면상으로는 스포츠 선수들간의 흥미진진한 경쟁이 계속됐지만 그 이면에서는 반발과 비난의 손가락질이 계속됐다.

러시아와 한국, 일본 등이 몇몇 종목에서 경기의 보이콧을 불사하며 판정에 항의했다. 판정의 신뢰성에 금이 가 어떤 결과도 경기 후 청문이 끝나기 전까지는 공식적인 것으로 여겨지지 않게 됐다.

캐나다의 강력한 항의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팀이 공동 금메달을 수상하게 되는 ‘타협안’으로 많은 캐나다인과 미국인들은 훈훈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는 ‘북미 언론 연맹’이 올림픽 지도자들에게 ‘완력을 쓴’ 증거로 보였다.

한국 대표단의 전명규 쇼트트랙팀 코치는 김동성 선수가 실격 판정을 받은 뒤 “미국 언론들은 거짓말만 보도한다”고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 분노한 1만6000여명의 한국 팬들은 논란이 일었던 이 판정에 대해 항의 e메일을 보내 미국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인터넷 서버를 다운시키기도 했다.

멕시코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금메달을 딴 스피드스케이트 선수 데렉 패라가 ‘멋진 사나이(good guy)’로 떠오른 반면 일본계 미국인 안톤 오노는 이번 대회의 ‘악동 10대(bad-boy teenager)’였다.

이번 대회가 재미있는 올림픽, 안전한 올림픽이었으며 전 세계 인구 모두가 참여하는 축복받은 올림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식 행사 때부터 미국의 지나친 애국주의는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대회는 또 잇따른 판정시비로 러시아와 미국간에 잠복돼 있던 냉전시대의 적대감을 부활시켰다는 점에서 시간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린 올림픽이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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