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 카사노바 스위스 정부 대변인은 “전체 유권자 471만5000명 중 58%가 참여해 54.6%가 찬성표를, 45.4%가 반대표를 던졌으며 전체 26개 주의 과반이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는 9월 유엔총회에 가입신청서를 제출하고 190번째 유엔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이로써 지구상에서 유엔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바티칸교황청과 5월에 독립을 선언하는 동티모르뿐이다.
▽가입 찬성 배경〓나폴레옹전쟁 이후 열린 빈 회의(1815년)에서 영세중립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스위스는 제1, 2차 세계대전 속에서도 어떤 군사동맹에도 속하지 않았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강대국들 틈새에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80년대 들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유엔 가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86년 국민투표에서는 75%가 가입에 반대했다.
90년대 냉전이 끝나면서 인식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 스위스 은행에 돈을 맡겼던 유대인들의 휴면계좌 문제가 폭로되면서 국제적 압력에 밀려 12억5000만달러(약 1조6250억원)의 보상금을 내놓게 되자 ‘우리도 힘을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특히 9·11 테러는 중립국도 테러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국적 항공사인 스위스에어의 파산까지 겹쳐 고립감은 더 심화됐다.
▽내부 분열 우려도〓이번 투표에서 스위스 내 프랑스어권과 독일어권,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찬반여론이 크게 갈렸다. 이로 미루어 유엔 가입 후에도 민족간, 지역간 분열의 우려가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내다봤다. 프랑스어권을 대표하는 제네바에서는 찬성률이 66.9%였지만 독일어권인 아펜첼주에서는 반대표가 67.5%였다. 상업화된 도시지역에서 찬성이 높았던 반면 농촌 산악지대에서는 중립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독일어권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던 것은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억만장자 크리스토프 블로허가 이끄는 스위스 국민당의 선전이 먹혀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탈(脫) 중립화 가속화〓스위스는 유엔에 이어 유럽연합(EU)에도 곧 가입할 것이란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여타 중립국들에 미칠 영향은 크다. 관측통들은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군사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서두르는 등 유럽 내 탈중립화, 탈고립화의 물살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