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전문가 스위스 유엔가입 득실 분석

  • 입력 2002년 3월 4일 18시 12분


권영민(權寧民·전 외교부 구주국장) 연세대 외교특임교수는 스위스의 유엔 가입에 대해 “스위스가 국제기구에 소속됨으로써 ‘안정감’을 얻은 대신, 중립국으로서 행사할 수 있었던 ‘자유’를 일부 내주게 됐다”고 득실을 정리했다.

권 교수는 “스위스 국민은 최근 스위스 은행이 독일 나치의 돈을 은닉해줬다는 사실이 불거지면서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는 경험을 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국민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대변해줄 국제적인 기구나 단체가 없어 불이익을 당했다는 인식을 갖게됐다”고 유엔가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권 교수는 스위스는 유엔가입으로 국가 이미지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국방비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을 지향했던 스위스가 집단적 안보체제에 편입됨으로써 국방비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스위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전쟁 참여를 결정할 경우 회원국으로서 자국 국민들을 전쟁터에 내보내야 하는 등 의무를 지게됐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이어 스위스는 앞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위스 국민들에게 중립국 지위는 국가적 이념과 국민적 정서의 바탕이었다”며 “스위스는 이제 중립국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진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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