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4000명 산악은거”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07분


대(對)테러전쟁의 전선을 예멘 등 중동지역은 물론 그루지야 등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확대하던 미국이 정작 대테러전의 단초가 됐던 아프가니스탄에서 ‘덜미’를 잡혔다.

알 카에다와 탈레반 잔병 토벌작전을 벌이던 미군이 3일 이들의 역습을 받아 아프간 개전 이래 최악의 병력 손실을 입은 것.

미군 특수부대 소속 MH47 치누크 헬기 1대가 이날 아프간 동부 산악지역에서 작전 중 총유탄 공격을 받고 추락해 7명이 숨지는 등 각종 교전 과정에서 모두 9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아프간 개전 이래 미군의 가장 많은 사상자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이 아프간에서 구소련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며 “아프간에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프간에서 계속 미군의 사상자가 늘어날 경우 소말리아 사태에서처럼 반전여론이 테러전쟁의 물줄기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나콘다 작전’〓미군은 5일 아프간 동부 가르데즈의 아르마산맥에서 ‘아나콘다’(아마존강 유역의 큰 뱀)로 명명한 탈레반 잔병들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나흘째 벌였다. 미군 등은 B52 폭격기와 헬기 등을 동원해 이곳을 맹폭하는 한편 아프간 동맹군들을 동원해 알 카에다와 탈레반 잔병들의 도주로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 작전은 지난해 10월 개전 이후 최대의 지상 및 공중작전. 리처드 마이어스 미 합참의장은 “2일부터 시작한 ‘아나콘다 작전’에 10대의 장거리 폭격기를 비롯해 두 대의 AC130 건십, 40대의 전술 항공기를 투입됐으며 350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 작전에는 약 900명의 미군과 200명의 유럽특수부대원, 아프간 동맹군 등 약 2000여명이 참가하고 있으며 외신들은 아프간 동맹군들이 작전 지원을 위해 병력을 이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전투 지역과 잔병 규모〓탈레반과 알 카에다 잔병들이 은신해 있는 동부의 아르마산맥은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자연 국경을 형성하고 있다. 고도 3500∼4700m에 이르며 지세가 험준하다. 동굴 등 은신처도 많으며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와 도로로 연결돼 있어 도주하기가 쉬운 지역이다. 미 국방부는 잔병의 규모를 450∼4000명 가량으로, 아프간 정부군은 23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들은 기관총 박격포 로켓포 스팅어미사일 등 예상외의 화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르데즈가 위치한 팍티아주(州)의 타지 모하마드 와르다크 주지사는 5일 “알 카에다 수뇌부들이 은신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곳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며 “2, 3일 내에 모든 것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