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의 의미〓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이 그동안 전쟁억제의 마지막 수단으로 간주해 온 핵무기를 실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과 핵무기를 사용할 잠재적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그동안 핵비확산조약(NPT)에 서명한 비핵보유국에 대해선 이들 국가가 다른 핵보유국과 함께 미국 및 미국의 동맹국을 공격하기 전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왔다. 미국은 또 냉전시대에 유럽 동맹국에 대한 구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 구소련을 핵 공격 대상으로 상정한 적이 있으나 다른 국가들에 대해선 핵무기 사용을 거론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NPR 보고서가 핵 공격 대상으로 상정한 국가는 북한을 포함, 7개국으로 이들 국가는 모두 NPT에 가입해 있다. 이들 중 러시아 중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 의혹을 사고 있으나 다른 국가들은 아직 핵 개발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이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핵무기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노태우(盧泰愚) 정부 시절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들을 한반도에서 철수시켰고, 남북한이 92년 핵전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을 고려할 때 주목되는 대목이다.
보고서가 지하벙커 등을 파괴할 수 있고 방사능 낙진 등 부차적 피해의 우려가 적은 소형 핵무기 개발을 촉구한 것도 핵정책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는 현재의 대형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공격 대상뿐만 아니라 미국과 우방에도 피해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이 같은 부담 없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공격대상 국가들에 미국이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음을 인식케 하는 측면이 있다.
▽NPR를 둘러싼 논란〓NPR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94년에도 의회에 제출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국가기밀이기 때문에 94년 보고서와 이번 보고서가 어떻게 다른가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미 언론은 핵전문가들을 인용,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의 NPR를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의 조지프 시린시온 연구원은 “이는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지 않고 오히려 핵무기를 분명한 전쟁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핵 전문가인 로버트 노리스는 “부시 행정부는 핵무기 감축을 원한다고 선언한 것과는 달리 핵무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시설 등을 강화하고 있다”며 “부시 행정부는 ‘악의 축’ 국가들과 다른 문제국가들에 대해서 핵무기의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수파들은 일부 국가와 국제 테러조직들의 은밀한 무기개발을 지적하고 부시 행정부가 모든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짜는 것은 당연하다고 옹호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미국의 핵무기 사용 검토 국가 | |
국가 | 비고 |
러시아 | 냉전 시대 미국의 주적. 현재 미국과 핵무기 감축 협의 중. |
중국 | 핵무기 보유국. 부시 대통령,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으로 간주. |
북한 |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핵 동결. 핵무기 1,2개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보유 의혹. ‘악의 축’ 국가. |
이라크 | ‘악의 축’ 국가. 테러지원국. 유엔의 무기사찰단 추방.핵무기 획득 노력. 미국의 다음 공격목표(?) |
이란 | ‘악의 축’ 국가. 테러지원국. 북한 미사일 수입 및 북한의 기술 지원 하에 미사일 개발. 핵무기 획득 노력. |
리비아시리아 | 테러지원국. 핵무기 없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