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간 동부 산악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4일 미군 헬기 격추에 이어 ‘저격수 공격’으로 개전 이래 미군에게 최악의 피해를 주었던 탈레반의 한 젊은 사령관이 아프간의 전쟁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7일 이 사령관이 인근 지역의 반미 세력을 대거 집결시키면서 종전(終戰) 국면의 아프간 상황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새로운 전쟁영웅〓아프간 동부의 샤히코트 동굴 요새를 사수하고 있는 탈레반 사령관 사이푸르 라흐만 만수르가 오사마 빈 라덴, 무하마르 오마르 탈레반 지도자 등의 공백을 메우면서 전쟁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수르 사령관은 1980년대 구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맞서 싸웠던 전설적인 무자헤딘 나스룰라 만수르의 아들. 아버지가 93년 차량 폭탄 테러로 숨진 뒤 탈레반에 합류해 지난해 11월까지 수도 카불 부근의 카르가 지역 사수대 부사령관을 지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고향이면서 아버지가 과거에 소련군을 상대로 싸웠던 샤히코트 요새로 돌아와 탈레반 및 알 카에다 잔당들을 이끌고 전력을 재구축했다.
타임지는 만수르 사령관이 미군에 강력하게 저항함으로써 알 카에다 대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역 반미세력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저항은 탈레반의 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과도정부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아프간 친미 세력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부진한 ‘아나콘다 작전’〓아나콘다 작전은 2, 3일 내에 끝날 것이라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험난한 지형과 날씨, 곳곳에 매설된 지뢰 등으로 지연돼 이미 열흘째를 맞았다.
AP 등 외신은 동부 산악지역 동굴지대 2곳에 알 카에다와 탈레반 병사 수백명이 집결해 저항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는 알 카에다 요원에게 납치돼 1주일 동안 이 지역 동굴 잡혀 있었다고 주장하는 압둘 라흐만 베헤슈티라는 TV 기술자의 말을 인용해, 잔당들의 숫자가 10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