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高관세 농업-반도체로 확대 경고

  • 입력 2002년 3월 11일 18시 16분


미국이 철강산업에서 취한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농업과 반도체 분야로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럽연합(EU)은 국가 보조금을 받는 미 항공사를 비롯한 역외 항공사들에 대한 제재 방침과 함께 ‘방어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수입철강에 대한 고관세 부과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잇단 경고〓미 행정부는 EU와 일본이 경기부양에 나서지 않을 경우 국제무역 분야의 긴장이 철강에서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임을 경고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10일 보도했다.

지난주 수입철강에 최고 30%의 고관세를 부과키로 한 결정을 주도한 그랜트 앨도너스 미 상무부 국제무역담당 차관은 이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분야’에는 농업과 반도체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앨도너스 차관은 “EU와 일본의 경기부양 실패는 달러화 강세와 결합돼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농업과 첨단기술 산업의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다른 국가들이 실업의 부담을 미국으로 전가하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보호무역정책을 세계경제의 더 큰 문제들과 연계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말했다.

리넷 다일리 세계무역기구(WTO) 대사도 11일 143개 WTO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에서 “피해를 보았다고 믿는 국가들은 WTO 규정에서 정한 다자간 절차에 따라야 할 것”이라면서 “보상 요구나 보복 위협 등 성급한 조치를 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성급한 조치는 전세계에 걸친 보복을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U의 반발〓EU 집행위원회는 12일 부당한 국가보조를 받고 있는 EU 이외의 항공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취항권을 제한하자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다. 이 안건은 9·11테러 이후 경영난에 빠진 항공사들에 1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파스칼 라미 EU 무역담당 집행위원도 외국산 철강제품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WTO의 결정에 앞서 “방어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8일 값싼 수입철강의 유입에 따른 EU 철강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차별적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강한 달러 유지하며 보호무역 동시 추진”전문가 진단▼

무역분쟁이 반도체로 확산되면 한국의 피해가 클 것이다. 반도체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물론 수입 반도체가격 상승은 반도체를 사용하는 미국 내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취할 가능성은 약하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수입철강에 대한 고관세 부과에서 무너졌다. 언제나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보호무역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부시 행정부는 환율정책에서는 강한 달러 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상정책에서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달러의 강세는 수출에서 불리하다. 그럼에도 양립하기 어려운 두가지 정책을 펴는 것은 미국 내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미 IT기업에 투자했던 외국자본이 급격히 이탈하기 때문에 IT산업의 충격이 크다.

부시 행정부는 바로 이처럼 강한 달러 정책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 무역의 부담을 보호주의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강한 달러정책으로 얻는 대미 수출에서의 이점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의해 유실되지 않도록 주도면밀한 통상 예방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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