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동, 美 이라크침공 제동

  • 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05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이라크로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유럽 및 중동 각국이 16일 이라크 공격에 우려와 반대 의사를 잇달아 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5일 유엔 차원의 결의가 있을 때만 이라크 공격에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해 사실상 불참 의사를 밝혔고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라크 공격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고 외신들이 16일 보도했다.

영국 군부도 “이라크 공격은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권을 순방하고 있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이날 전했다.

▽독일의 공격 불참 선언〓슈뢰더 총리는 “유엔의 요구가 있을 때에 한해 미국의 군사 행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지도자들은 유엔의 무기사찰 요구를 수용해 공격 위협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국내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데이비드 블렁킷 영국 내무장관은 “이라크 공격시 국내외에서 심각한 소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군부지도자들도 “대(對)이라크 군사행동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이 전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무력 사용도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사우디의 반대〓중동의 아랍권 국가들을 상대로 한 딕 체니 미 부통령의 설득전은 이날까지 ‘완패’에 가깝다.

파드 사우디 국왕은 16일 “아랍국 또는 이슬람국을 공격하는 데 사우디 영토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압둘라 아지즈 왕세제도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 공격은 미국과 중동, 세계의 이익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 정부도 성명을 내고 “빈 술탄 알 누하얀 대통령은 체니 부통령에게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군사공격에도 반대하며 미국이 인내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도자들도 “바그다드 공격은 재앙을 가져올 것”(이븐 후세인 압둘라 요르단 국왕) “이라크 공격에 동의하지 않는다”(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곽민영기자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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