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경영진을 대표하는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주총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주들이 합병안을 승인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면서 “비록 표차가 근소하지만 이기기에는 충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합병 반대를 주도해온 HP 창업가문 측의 월터 휴렛은 “표차가 워낙 근소하기 때문에 최종집계를 내봐야 안다”면서 최악의 경우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음을 시사해 합병승인을 둘러싼 양측간의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뉴스를 제공하는 다우존스뉴스는 주총에 정통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찬성과 반대 진영이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결과 찬성률이 0.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20일 보도했다.
미 언론이 2000년 플로리다 대선 논란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투표 공방으로 평가한 이번 주총 투표에서는 총 90만명의 주주가 투표권을 행사했다. 전문가들은 “개표가 완전히 끝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최종 발표는 2∼4주 후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본격화된 표 모으기 공방에서 피오리나 회장은 “HP와 컴팩이 합병해야만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해온 반면 휴렛씨는 “합병할 경우 수익성이 낮은 개인용 컴퓨터로 중점 분야를 옮기게 된다”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