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는 불법이민 대책 관련 예산을 추가로 긴급 배정하고 경찰 및 지방자치단체에 불법이민자 신속처리 및 임시보호소 설치 등 돌발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재량권을 대폭 확대했다. 불법이민자 출신국에 주재하는 이탈리아 대사의 본국 소환 및 경제제재 검토 등 외교적 대응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이날 비상사태 선포는 이탈리아 해안경비대가 대부분 시리아계 쿠르드족인 불법이민자 900여명을 태운 화물선 모니카호를 시칠리아의 카타니아항으로 예인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이탈리아는 발칸반도가 서유럽 불법이민의 ‘통과루트’가 되면서 골머리를 앓아왔다.
발칸반도 출신은 물론 중국 동남아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 등에서 서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불법이민자들은 오랜 전쟁으로 국경통제가 허술하고 이민관련 법령이 미비한 발칸 반도에 먼저 집결한다. 이어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는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에 가서 배편으로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탈리아에 간 뒤 눌러 앉거나 다른 서유럽 국가로 향한다.
99년에는 불법이민자를 태운 보트가 아드리아해를 건너다 침몰해 170명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서유럽 불법이민의 통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써왔지만 7600㎞나 되는 해안선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 지난 한해 파악된 밀입국자 수만 해도 2만여명에 달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 일부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최근의 정정 불안을 비상사태 선포로 호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