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잔치로 끝난 유엔개발재원회의

  • 입력 2002년 3월 24일 17시 45분


유엔 사상 처음으로 세계 50여개국 정상과 국가원수급 각료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던 유엔 개발재원 국제회의가 22일 오후 ‘몬테레이 합의문’을 채택한 뒤 5일간의 회의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몬테레이 합의문으로 세계 빈곤 추방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며 “2015년까지 하루평균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연명하는 빈곤층 숫자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의문 초안에는 선진국들이 매년 500억달러의 개도국 원조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최종 합의문에는 개발재원 목표 금액과재원마련 일정이 빠져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고 현지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실베스터 템보 노총 사무총장은 “몬테레이 합의문은 개도국에 의무사항만 강요할 뿐 남북간 빈부 격차 해소 등 개발과 빈곤 추방을 위한 재원조달시스템에 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언급도 없다”며 “이번 회의는 선진국 지도자들끼리의 고급사교를 위한 ‘말 잔치’에 불과했다”고 비난했다.

아난 사무총장도 개도국들의 반발을 의식해 “선진국의 대(對)개도국 원조금액이 2000년 531억달러에서 지난해엔 365억달러로 크게 줄었다”며 매년 5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해줄 것을 선진국 지도자들에게 촉구했으나 정작 합의문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국제적 환경단테인 그린피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선진국의 자국 이기주의와 개도국에 대한 소극적 원조 의지로 인해 세계 빈민국민이 굶어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개도국의 개혁성과와 원조금을 연계시키겠다”고 못박고 “개도국이 부패척결과 투명행정, 교육투자, 자유무역 등을 위해 노력한다면 선진국은 개도국 상품에 대해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말해 ‘공짜’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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