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체니의 힘, ‘막강 부통령’… 2인자 아닌 파트너

  • 입력 2002년 3월 24일 17시 5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환상의 콤비’로 불리는 딕 체니 부통령. 대(對)테러전에서부터 이라크 공격의 시기와 방법 등을 조율하는 과정까지 “그는 단순히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통령의 전형을 만들고 있다”고 미 주간지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25일자)가 보도했다.

체니 부통령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강경 태도는 외교적 다자간 해결을 선호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대비돼 왔으며 부시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체니 부통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부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이 전제돼 있다. 부시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조찬회동에서 체니 부통령의 중동 아랍권 11개국 순방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체니 부통령이 본인의 요청으로 중동지역을 순방하고 돌아왔다”며 “체니 부통령을 진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체니 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는 원인은 첫째, 그가 앞으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부시 대통령은 그의 조언과 태도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없으며 전적으로 부시 대통령 자신을 위한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부통령은 잠재적인 차기 대권주자였다. 둘째, 체니 부통령은 상사를 앞세우는 2인자의 덕목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그는 공식 행사장에선 언제나 머리를 약간 숙인 자세로 대통령 뒤에 한 걸음 물러서 있는 자세를 보여준다. 국무회의에서도 그는 말을 아끼고 대통령과 단둘이 있을 때를 이용해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셋째, 대통령이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넷째, 부시 대통령이 한 달에 책을 1권 읽을까 말까 한 데 반해 그는 1주에 2, 3권을 소화하며 모든 현안을 숙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체니 부통령에 대한 주요 비난은 그의 지나친 보수적 성향과 건강문제에 집중돼 있다. 보수적 성향으로 인해 도시지역이나 일하는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수 차례 심장마비를 겪었고 심장수술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그를 부통령으로 선택한 것은 대선에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국정운영의 파트너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이 잡지는 소개했다.

이 잡지는 부시 대통령이 멕시코 페루 엘살바도르 등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오는 25일부터 체니 부통령의 발언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이라크 공격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단계적 대응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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