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규제에 한 목소리´日 언론

  • 입력 2002년 3월 24일 18시 41분


한국을 방문 중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1일 밤 서울에서 동행기자들에게 “인권 및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표현의 자유는 양립할 수 있다고 본다. 이번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법안’은 일본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개인정보 보호법안’을 말한다. 총리가 이 법안을 정기국회 중에 통과시키겠다고 공식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 법안을 비롯해 ‘인권옹호법안’과 ‘청소년유해 사회환경대책 기본법안’ 등 3개 법안을 ‘미디어 규제 3법’으로 규정하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개인정보나 인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들 법안에 들어있는 독소조항들이 의도했든안했든 간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 보호법안’에 들어있는 ‘개인정보는 적법하고 적정하게 취득한다’ ‘이용목적을 명확히 한다’ ‘본인의 동의 없이 이용목적을 넘어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은 내부고발이나 제보 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것.

또 ‘본인이 적절하게 관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고충처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는 조항은 취재 대상에게 취재한 내용을 보여주고 허락을 받으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언론들은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언론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인 ‘감시 역할’이 봉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신문협회와 민간방송연맹에 가맹한 314개의 신문, 방송사, 변호사연합회, 펜클럽, 잡지협회, 소비자연맹 등이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자유기고가, 작가, 잡지 편집자들은 새 모임까지 만들어 반대활동을 펴고 있다.

일본은 ‘신문대국’ ‘출판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매체가 존재한다. 그만큼 각 신문사나 방송사, 그리고 출판사 간의 이해관계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 앞에선 모두 하나가 된다. 매체간 경쟁은 그 다음이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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