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1일 방한했던 장 베르나르 우브리외 프랑스 국방장관 특별보좌관을 통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국이 FX사업에서 라팔(사진) 기종을 선택하는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서울과 파리의 외교소식통들은 대통령끼리 주고받는 친서에서 프랑스 측 기종 선택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천명하는 것은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지나친 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17일 “시라크 대통령은 한국 공군대령이 프랑스 다소사의 국내 대행사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된 직후 친서를 보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가 끝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이 선택의 자유를 갖고 있는 FX 기종을 두고 국제적 위상까지 들먹이는 것은 도를 넘는다”고 말했다.
우브리외 보좌관은 방한 당시 “한국은 이제 (미국으로부터의) 독점적 무기공급체제에서 벗어날 때”라며 “FX사업은 한국과 프랑스 관계를 떠나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FX사업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 내 압력설과 평가기준 변경 논란, 뇌물 수수 등 잡음이 적지 않아 라팔이 선택되지 않을 경우 한-프랑스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방부 장관 특별보좌관 외에도 외무부 아주국장 등 정부 당국자를 한국에 파견하는 등 ‘라팔 밀어붙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4월과 5월에 1, 2차로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라팔 기종 선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국방부 등은 FX 기종 선택에 한미 군사동맹 등 정치적 고려가 포함될 것이라는 데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