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북부에 대규모 근로자시위

중국 동북부의 산업도시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시와 랴오닝(遼寧)성 랴오양(遼陽)시에서 25일 근로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재발했다.

중국 최대의 유전지대인 다칭시에서는 근로자 500여명이 다칭 석유공사앞으로 몰려가 연좌농성을 벌이며 600여명의 무장경찰과 대치했다. 지난 1일 처음 발생한 다칭시 근로자들의 시위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사건 이래 중국 최대 규모였다. 이날 한때 시위대가 5만명에 이르자 중국당국은 계엄령을 선포, 지난주말부터 시위가 없었다.

다칭 유전측이 최근 국유기업 개혁차원에서 8만여명을 해고하자 근로자들은 정부에 대해 퇴직보험금 인상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가 근로자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양보할 뜻을 보이고 있지만 너무 모호하다고 지적하면서 시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랴오양시에서도 이날 20여개의 공장 근로자 수백명이 시 정부 청사 주변에 집결, 농성을 벌이며 부패와 실업, 임금체불 문제 해결 등을 촉구했다.

최근의 시위로 체포된 근로자의 딸인 야오 단은 자신의 아버지가 현재 단식농성중이라고 전하고 체포된 근로자들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26일 대규모 시위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칭시와 랴오양시의 근로자 시위는 중국이 시장지향적 개혁정책을 취하면서 중국내 사회적 소요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지적했다.

중국은 20년전 시장경제 정책을 도입한 후 국유기업 수천개가 도산하고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때 중국 경제와 공업 발전의 중심지였던 다칭과 랴오양 등 중국 동북 지방의 경우에도 수많은 국영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합병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 사회적 불만과 불안이 고조돼 왔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기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