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불법 체류자 해고체임 안줘도 된다”

  • 입력 2002년 3월 29일 18시 15분


불법체류자는 부당해고를 당해도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미국 연방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LA타임스와 휴스턴크로니클 등 미 언론은 미 대법원이 27일 불법체류자가 이민법을 위반한 것이 고용주의 노동법 위반보다 더 크다고 5 대 4로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테러 이후 외국인에 대한 관리 강화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며 ‘700만명에 이르는 불법체류자를 착취하는 고용주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과도 상충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수 의견을 낸 보수 성향의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불법이민자는 미국에서 일할 법적 권리가 없다”면서 “불법체류자들이 해고 후 밀린 임금을 받을 경우 이민법이 사문화되고 비슷한 사건이 계속 터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고용주들이 불법이민자를 저임에 고용했다가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면 해고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호세 카스트로라는 멕시코 출신 불법이민자가 1988년 텍사스 친구의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호프먼 플라스틱 공장에 취업했다가 다음해 노조를 결성하다 해고되자 부당해고라며 낸 소송에 대한 것이었다.

노동법은 ‘노조 결성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경우 고용주에게 해고근로자를 재고용하거나 임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항소심까지는 ‘불법체류자이므로 재고용은 안되지만 취업 후 불법체류가 드러나기 전까지 3년간의 임금 6만7000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 불법체류자라도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법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LA타임스는 덧붙였다.

캘리포니아 뉴욕 애리조나 등 불법체류자가 많은 주의 검찰당국은 “이번 판결로 악덕 고용주를 행정지도하는 데 큰 혼란이 생기게 됐다”면서 해고자에 대한 체임 지불 판정을 유지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노동계에선 “의지할 곳 없는 불법이민 노동자들이 법적 구제도 받지 못하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휴스턴크로니클은 보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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