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예절과 용기의 상징 잠들다…여왕모후 30일 101세로 서거

  • 입력 2002년 3월 31일 19시 01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 모후의 생전모습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 모후의 생전모습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75)의 모후가 30일 오후 윈저성에서 서거했다고 버킹엄궁이 발표했다. 모후는 향년 101세로 영국 역사상 가장 장수한 왕후였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여왕의 모후는 지난해 성탄절 무렵 악성 기침과 폐 감염을 앓은 이후 최근 수주간 극도로 쇠약해졌다”며 “오늘 오후 3시15분 잠을 자다가 평화롭게 숨을 거뒀으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모후의 곁을 지켰다”고 발표했다.

여왕 모후의 유해는 31일 오전 윈저 그레이트 파크의 올세인츠 왕실교회로 옮겨졌다. 스위스의 클로스터스에서 장남인 윌리엄 왕세손, 차남인 해리 왕손과 함께 스키 휴가를 즐기던 찰스 왕세자는 31일 오전 귀국해 윈저성으로 직행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체커스 별장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여왕의 모후는 영국의 예절과 용기의 상징이었다”며 “고인은 길고 특별한 인생을 통해 계층과 연령을 불문하고 사랑을 받았다”고 애도했다.

영국 귀족 출신인 여왕 모후의 처녀시절 이름은 엘리자베스 안젤라 마거릿 보위스 라이언. 1923년 조지 5세의 차남이었던 요크 공작 앨버트 왕자와 결혼했으며, 왕위 계승서열 1위였던 장남 에드워드 8세(윈저공)가 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포기함에 따라 남편이 조지 6세(재위 1936∼1952)로 즉위하면서 왕후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의 런던 공습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현재 여왕인 엘리자베스 공주 및 차녀 마거릿 공주 등과 함께 전 왕실가족이 런던을 떠나지 않고 폭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로해 국민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여왕의 모후는 350개가 넘는 단체의 후원자를 맡는 등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이었으나 1923년 조지 6세와의 결혼 직전에 가진 기자회견 이후로는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여왕의 모후는 조용한 성품과 우아한 품위로 영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나 말년에는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자손들의 잇단 이혼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다.

AP통신은 영국 왕실의 표본으로 인식돼 온 여왕의 모후가 서거함으로써 영국 국민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했던 구시대 군주제도 그 종말을 고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독일의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30일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라우 대통령은 여왕 모후를 “위대한 여성”이라고 애도했으며 부시 대통령은 자신과 부인이 여왕 모후의 서거에 “깊이 슬퍼했다”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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