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교육 ‘대수술’…초중고 주5일 수업

  • 입력 2002년 4월 1일 17시 53분


《일본의 새 학기는 4월1일부터 시작된다. 일본의 보통교육 현장은 이날 3가지의 중요한 변화를 맞았다. 국공립 초중고교가 매주 토요일은 쉬는 ‘주 5일 수업’을 전면 실시하고, 초중학교의 수업 내용을 대폭 삭감한 새 학습지도요령(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의 교과편성권이 확대된 것도 변화 중의 하나다.》

일본의 공립 초중고교는 최근 2, 3년간 격주 토요 휴무제를 실시해 왔다. 이를 전면 실시키로 한 배경은 ‘여유있는 교육’과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키워드에 담겨 있다. 즉 주입식교육을 중지하고 학생들에게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주어 기본교육을 충실히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남은 시간은 취미 활동이나 하고 싶은 공부를 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겠다는 의도다. 한마디로 생선을 주기보다는 생선 낚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것.

토요일을 쉼으로써 절대 수업시간은 당연히 줄어들게 됐다. 새 교육과정을 적용할 경우초중학교의 수업 내용은 30%가량 줄었다. 고교도 2003년 4월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새 학습지도요령을 적용하면 수업 내용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원주율이 3.14에서 ‘약 3’으로 바뀌고, 사다리꼴의 면적을 구하는 공식이 삭제되는 등 교과서의 부피는 얇아지고, 내용은 전반적으로 쉬워졌다.

그 대신에 새로 도입된 시간이 초등학교 3∼6학년 및 중학교 전학년의 ‘종합학습시간’과 고교의 ‘학교설정과목’이다. 초중학교는 매주 3시간 정도, 고교는 20단위까지(졸업에 필요한 단위는 74) 학교가 자체적으로 새로운 과목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맞춤식 교육 가능” vs “학력저하 부를 것”▼

일본의 공립 초중고교 주 5일 수업 전면 실시와 학습 내용의 삭감 방침에 대해서는 이미 시행 전부터 반대론이 있어 왔다. 그러나 막상 제도가 시행되면 반대론이 수그러들게 마련인데 오히려 강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론가인 사쿠라이 요시코는 “문부성이 ‘여유있는 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한 10여년 전부터 학급 붕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 교육에서도 한때 ‘여유’와 ‘자유’에 경도된 적이 있다”며 “그러나 현지에서 오히려 그 잘못을 알고 궤도 수정을 하고 있는 마당에 일본만이 뒤늦게 시행착오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반대론자의 주장은 △실력 저하 △학습 의욕 상실 △학원 의존 확대 △사립학교와의 격차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중 사립학교와의 격차를 우려하는 것은 사립학교 중에서는 토요일에도 수업을 하겠다는 학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에 학생들은 무엇을 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한 여론조사(중복응답)의 질문에 ‘TV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72.9%), ‘친구들과 놀러 다닌다(50.0%)’는 대답이 1, 2위를 차지한 것도 반대론자의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또 초중학교의 ‘종합학습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겠다는 학교측과 교사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다. 언론들도 수년전에 비해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는 각종 조사 결과를 주요뉴스로 다루고 있어 간접적으로 새 제도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야마 아쓰코(遠山敦子) 문부과학상은 1월 ‘확실한 학력 향상을 위한 2002년의 호소-이렇게 가르쳐 주십시오’라는 문건을 발표하며 ‘방어’에 나섰다. 새 교육 과정은 기본학습원리를 몸에 익히면서 즐겁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므로 결코 학력 저하로는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부과학성은 그러나 새 학습지도요령은 ‘배워야 할 교육 내용의 최저 기준’을 제시한 것이므로 학생의 능력에 맞춰 얼마든지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는 사실상 금과옥조처럼 준수를 강요해 온 학습지도요령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한 것.

이밖에 ‘종합학습시간에는 이런 것을 하면 좋다’는 내용을 담은 홈페이지도 개설하고 전국 순회 홍보팀도 만들어 가동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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