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대 미디어사인 비아컴과 월트디즈니가 취학 전 아동 시청자들과 실질적 채널 선택권자인 학부모들에게 하는 얘기다.
경쟁관계인 두 회사가 TV 어린이 프로그램의 교육적 효과를 주장하는 공통적 근거는 1983년 발표된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성이론’이다. 지적 능력은 수리력, 언어구사력 등에 한정되지 않고 근력, 음감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비아컴 소유 채널 니켈레던의 만화영화 ‘탐험가 도라’에선 아이들이 주인공을 따라 노래하고 발을 구르면서 ‘근감각 지성’을 기른다는 것이다. 개국을 앞둔 ‘플레이하우스 디즈니’채널은 “감성, 사회성,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어린이 교육과정”을 아예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두 회사의 이 같은 주장이 “얼렁뚱땅한 마케팅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가드너 박사도 자신의 이론이 이런 식으로 이용되고 있는 데 대해 “(다중지성이론을 내놓을 때) TV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막내가 10세가 될 때까지 TV를 보지 못하도록 집안에서 아예 TV를 없애버렸다고 털어놓았다.
비아컴과 디즈니사가 갑자기 TV의 유아 교육적 효과를 선전하고 나선 것은 한해 210억달러에 달할 만큼 급성장한 유아시장 때문. 여기에다 유아기에 형성된 채널 선호도는 성장한 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샀기 때문이다.
비아컴은 96년 니켈레던 채널에서 사회자가 묻고 유아들이 대답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 ‘블루스 클루’를 방영해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시작으로 두 회사는 “맥도널드와 제휴를 하거나 백화점 등에 캐릭터 상품 매장을 내는 등 야심 찬 계획을 마련해 왔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