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나드 케릭,한국서 낳은 딸과 24년만에 상봉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16분


“정말로 나를 찾아다녔나요?”

“그래.”

“정말로 나를 사랑했나요?”

“그래.”

한국의 이산가족 상봉장면에서 많이 나오던 대화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주인공은 9·11 테러 당시 뉴욕 경찰국장이던 버나드 케릭(47)과 그의 딸 리사 화이트(25).

1970년대 후반 한국에서 군인으로 근무하면서 한국 여인 선자씨와의 사이에 딸을 낳은 케릭씨는 미국으로 전출된 뒤 한국에 두고온 모녀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모녀를 곧 미국으로 불러올 생각이었지만 선자씨가 다른 미군과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연락이 닿지 않았던 것.

24년간 뉴욕과 애틀랜타에 떨어져 살던 이들을 이어준 것은 ‘더 오프라 윈프리쇼’. TV에 출연해 잃어버린 딸에 관해 이야기하는 케릭씨의 모습을 선자씨가 알아보고 딸에게 알려주었다.

생부에 관한 소식을 들은 리사씨는 전화통화를 통해 케릭씨가 자신을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며칠 뒤 생부와 감격적인 해후를 했다고 뉴욕의 일간지 뉴욕포스트가 7일 보도했다.

케릭씨는 “이것은 기적”이라면서 “너무 꽉 껴안아서 리사가 다치지 않았나 걱정했다”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케릭씨는 몇해 전 결혼해 여섯 살 난 딸을 두고 있다.

케릭씨는 작년 자신의 어머니가 매춘부였고 자신을 버렸다는 내용을 담은 ‘잃어버린 아들’이라는 자서전을 펴내기도 했다. 케릭씨는 리사씨와 처음 전화통화를 하면서 “이 책에 잃어버린 딸에 관한 대목도 있다”고 말해 그가 한시도 딸 리사씨를 잊지 않았음을 보여줬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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