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성향의 이스라엘 진보야당인 메레츠당의 요시 사리드 당수(사진)가 8일 이스라엘 의회연설을 통해 아리엘 샤론 총리를 호되게 꾸짖었다. 팔레스타인 테러범을 검거하고 테러시설을 완전히 무력화하기 전에는 절대로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철군하지 않겠다는 샤론 총리의 연설이 끝난 바로 다음이었다.
사리드 당수는 “당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전 세계가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왜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는지 자문해 보라”고 샤론 총리를 질타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좋든 싫든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선출한 유일한 지도자요, 아랍인들의 영웅”이라며 “그런데 당신 때문에 아라파트 수반이 더 큰 영웅이 됐다”고 비난했다.
사리드 당수는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은 더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무력 점령으로) 절망한 팔레스타인 소년 소녀들이 미래의 테러리스트가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추적 중인) 500명의 테러리스트를 모두 죽인다 해도 또 다른 5000명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라며 “테러의 최대 공장은 (테러범이나 테러시설이 아니라) 복수심과 증오심”이라고 강조했다.
샤론 총리는 사리드 당수의 충고를 받아들였는지 이날 밤 부분 철군을 결정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