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표’ 잡아야 엘리제궁 간다?

  • 입력 2002년 4월 12일 17시 55분


‘결승전보다 재미있는 3위 쟁탈전.’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극우 극좌 후보가 벌이는 3위 다툼이다. 대선 4수째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후보와 5수째인 아를레트 라기예 노동자투쟁당 후보(여성)는 각각 10% 안팎의 지지율로 치열한 접전중이다.

3위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우선 1차 투표 1, 2위가 오래 전부터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 또는 조스팽 총리와 시라크 대통령으로 굳어진 때문. 좌우파 3, 4위 후보의 1차 득표율과 결선투표에서 시라크 대통령 또는 조스팽 총리에 대한 지지 선언 여부는 결선의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중 최고령(73세)인 르펜 후보는 내국인 보호와 프랑화 재도입, 1981년 폐지된 사형제 부활 등 극우적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심지어 “흑인이 많이 뛰는 프랑스 월드컵팀은 진정한 프랑스 대표팀이 아니다” “이슬람 사원 건축을 허가한 시라크 대통령과 조스팽 총리는 프랑스의 배신자”라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은행 타이프라이터 출신의 라기예 후보는 ‘노동자 해고 금지법’ 등 급진적 공약을 앞세우고 있다. 비현실적인 공약이 많지만 기존 좌파 내각에 불만을 품은 전통적인 좌파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자파 지지자를 잠식하는 극우, 또는 극좌 후보의 약진은 우파 시라크 대통령과 좌파 조스팽 총리의 눈엣가시. 시라크 대통령 진영이 르펜 후보에 대한 후보 등록 지지 서명을 방해, 입후보를 원천 봉쇄하려던 것도 이 때문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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