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코블레프시장 인터뷰]"문화도시 자긍심"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30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정부 청사는 원래 귀족여학교였다가 1917년 볼셰비키 혁명군의 본부로 사용된 곳이다. 80여년 전 볼셰비키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혁명을 지휘하던 바로 그곳에서 지금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 시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영화를 되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14∼16일 북한을 방문한 후 17일 서울에 올 예정이다.

-2000년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이 내세운 후보를 이기고 시장에 재선된 비결은….

“96년 시장이 된 후 ‘죽어가던’ 도시를 살리기 위해 직접 현장을 누비며 앞장서서 많은 일을 해낸 데 대해 시민들이 높이 평가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6년 동안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자부할 만한 업적은….

“소련 붕괴 후 거대한 폐허처럼 변한 도시를 외국투자와 민간 자본을 끌어들어 도로 정비와 재건축 등으로 일신시켰다. 처음으로 장기적인 도시 발전 전략을 수립한 것과 항구 시설 현대화도 큰일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면….

“유럽 전역의 건축가와 예술가를 초빙해 이 인공도시를 만들었다. 바로크에서 현대건축까지 세계의 모든 건축 양식이 녹아 있다. 그래서 유네스코가 도시 전역을 ‘18, 19세기의 문화와 역사 건축의 본보기’로 지정했고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방문했을 당시 기억에 남는 점은….

“김 위원장은 가까이서 보니 재치가 있고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맥주공장인 발티카를 방문했는데 김 위원장이 갑자기 러시아와 남·북한의 맥주 맛을 비교해 보고 싶다고 해서 급히 선물용 맥주를 준비해 열차에 실은 일이 있다.”

-푸틴 대통령 집권 후 정부 요직을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이 대거 차지해 ‘페테르 마피아’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는데….

“푸틴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바로 이 방에서 회의를 했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 이곳 출신 인사들이 중앙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너무나 많은 인재가 모스크바로 떠나 오히려 인재 유출을 걱정하고 있다(웃음). 인사편중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말할 위치가 아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다시 수도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다시 수도로 만드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다만 ‘문화의 수도’답게 문화부 등 몇몇 정부부처를 이전하거나 의회를 옮겨오는 것은 권력 분산 차원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코블레프는 누구▼

1944년 11월 야쿠츠크 자치공화국에서 출생. 북서공업통신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공대에서 도시경영으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시에서 기술관료로 출발해 93년 부시장까지 올랐다. 96년 민선 시장 당선 후 2000년 재선에 성공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를 재건한 공로로 99년과 2000년 각각 ‘올해의 인물’과 ‘올해의 정치인’으로 선정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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