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13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열린 ‘북한의 변화’란 주제의 국제 세미나(위스콘신대 메디슨법대 주최)에서는 이런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번 세미나는 한반도문제 전문가들과 북한에서 활동중인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초청 받았으나 참석하지는 않았다.
세미나에 참석한 동아일보 해외칼럼니스트 피터 벡(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 국장)은 다음과 같은 참관기를 보내왔다.
▽북한의 변화상〓참석자들은 북한이 지난 10년간 중요한 변화를 겪었으며 현재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데 대해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시카고대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북한은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상당히 변화했다”며 “오늘의 북한은 내가 처음 방문했던 80년대 초와는 현저하게 다른 나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진실로 실패한 경제의 회생을 원한다면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밍스 교수는 “북한 지도부는 아마 이제는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에 호응할 때라는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엔세계식량기구(WFP) 고문이자 미국평화연구소(USIP) 객원연구원인 헤이즐 스미스는 “올해 초 북한을 방문했을 때 공산주의의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해 있었다”며 “비공식 시장이 도처에 널려 있고 미국 달러화는 북한 어디에서도 환영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선 지금 ‘시장화(marketization)’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치적 자유화는 시작되지 않았다”면서 “정치적 자유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시장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세계은행의 북한 담당 고문인 브래들리 밥슨은 북한을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구에 가입시키는 데 따른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데에는 아직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며 “북한관료들은 금전 및 기술적 조언을 얻고 싶어하지만 차관의 조건과 북한의 경제상태에 관해 포괄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에 있는 가톨릭 구호단체 카리타스의 국장으로 95년 이후 매년 최소한 6번 이상씩 북한을 방문해온 카티 젤웨거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내부에서 진정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등 전환경제의 교훈〓베트남 중국 동유럽 등 다른 전환경제의 경험에 관한 패널에선 북한이 반드시 가야 될 여정이 보다 분명히 제시됐다.
이들 국가에서의 변화는 정부가 과거와 결별한 다음에 왔으나 북한은 이에 대해 아직 준비가 안돼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베트남의 경우 경제개혁은 베트남이 차관을 도입하기 4년 전에 시작됐다.
북한이 경제를 돌리기 위해 신념(정치이념)의 도약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지켜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위스콘신대의 에드워드 리드 교수는 “변화의 속도는 늦고 평탄치 않지만 포용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는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고 낙관했다.
정리〓한기흥워싱턴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