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투기 외교’ 구설수

  • 입력 2002년 4월 15일 17시 47분


집권노동당에 헌금한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이른 바 ‘스틸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그가 이번에는 헌금한 기업이 생산하는 전투기의 해외판촉에도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달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블레어 총리는 귀국하자마자 밀로스 제만 체코 총리를 만나기 위해 프라하로 날아갔다. 그런데 체코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가 주요 의제로 알려졌던 양국 정상회담 내용 속에 영-스웨덴 컨소시엄이 생산하는 JAS39 그리펜 전투기 24대의 체코 판매 건도 포함돼 있었던 것. 영-스웨덴 컨소시엄에는 노동당에 헌금한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가 참여하고 있다.

야당인 보수당의 예비내각 국무장관 팀 콜린스 의원은 “블레어 총리가 노동당에 호의를 베푼 기업을 위해 다시 한번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블레어 총리는 영국 정부가 생화학전에 대비해 천연두 백신 2000만명분(시가 3200만파운드·약 600억원)도 역시 헌금업체인 파우더젝트에 발주한 전력이 있다.

그는 또 지난해 총선 전후 12만5000파운드(약 2억5000만원)를 노동당에 헌금한 인도 태생 사업가 락스미 미탈이 루마니아 국영제철소를 인수하도록 루마니아 총리에게 편지를 써준 게 발단이 된 ‘스틸게이트’로 올 초부터 곤욕을 치렀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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