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간 길은 가지 않으려는 부시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항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그가 하지 않은 일만 하려는 ‘ABC(Anything But Clinton)’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반드시 넥타이를 매고 할리우드 인사들과 어울리지 않는 등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 온 부시 대통령은 중동사태에서도 적극 개입을 주장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과 판이하게 다른 대응방식을 보여왔다.
부시 대통령은 4일 영국 ITV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자주 모아놓고도 아무런 평화협정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됐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개입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자 부시 대통령은 이틀 후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기는 했지만 중동사태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정치분석가들은 “모든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도 조지 부시 전임 대통령과 상반된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ABB(Anything But Bush)’ 성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중동특사를 지냈던 데니스 로스는 “부시 대통령의 경우 차별화 노력은 거의 ‘강박관념’에 가깝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고집을 꺾고 조금만 더 일찍 개입했더라도 중동사태가 지금과 같이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