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65)가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15일 11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탈리아 3대 노조가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에 항의하며 16일 8시간의 조업 중단을 선언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 뿐만 아니다. 세금 감면, 기반시설 구축, 공공재정 확충 등 기업가 출신 억만장자 총리의 선거공약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 주요 쟁점〓‘부당해고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복직을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자법 18조 개정 여부가 최대 쟁점.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18조야말로 이탈리아 노동시장 왜곡의 근원”이라며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해당조항 삭제를 주장해 왔다.
▼3대노조 1100만명 규모▼
그러나 신규 채용사원에 대해 제한적으로 18조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중재안’은 노동계뿐만 아니라 재계의 반발을 함께 샀다.
94년 7개월 만의 총리직 중도하차에 결정적 역할을 한 노조와 가급적 충돌을 피하려다 비난을 자초한 셈.
설상가상으로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총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최대 노조인 CGIL은 야당인 중도좌파연합과 손잡고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 출자의 실업기금 설립을 조건으로 정부가 나머지 2개 노조와 협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실제 출자 여부는 불투명하다.
▽선거공약 ‘공약(空約)’ 위기〓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해 5월 ‘모두를 위한 세금 감면’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총선에서 승리했다.
부족한 산업기반시설 구축을 위한 일련의 대규모 공사 계획도 공약 사항이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유로화 가입 조건으로 각국에 정부 재정적자 축소를 요구하면서 세금 감면은커녕 추가 재정 지출도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노조를 의식해 공공재정의 가장 큰 지출원인 연금제도는 그대로 둔 채 극빈자를 위한 연금지원을 늘리겠다, 공무원 봉급을 인상하겠다는 식의 무리한 정책으로 재계의 원성을 샀다.
▼극빈자 연금지원 공염불▼
2001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4%, 2002년까지 0.5%로 낮추라는 EU의 요구에 맞추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각의 한 각료는 지난 주말 “정부의 평판이 위험에 처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신뢰성이 총파업으로 시험대에 올랐다”며 “노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이탈리아 정국은 표류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