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력사용 확대’ 국론 갈라져

  • 입력 2002년 4월 17일 11시 35분


일본 정부가 17일 일본이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해 만든 유사법제(有事法制) 관련 3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자민당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여당과 야당간에, 신문과 신문간에 찬반 양론이 분출하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자위대 출동 조건이 ‘실제로 공격을 받았을 때’만이 아니라 ‘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도 포함돼 있어 확대 해석의 가능성이 큰 데다 무력행사와 집단적 자위권을 부정하고 있는 평화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는 쪽은 이 법안을 통해 자위대도 합법적인 활동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보다 출동 조건을 완화하고 출동 대상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사법제는 77년부터 연구가 시작됐고 81년과 84년에 그 내용이 공개됐으나 법제화에 착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측은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올해 내에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들 법안이 법제화까지 이르게 된 것은 합법적으로 자위권을 확보하겠다는 일본 내부의 욕구와 아시아 방위를 일본 측에도 분담시키겠다는 미국 측의 의도, 지난해 미국 9·11테러 사건에 따른 경계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민당 내 이견〓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16일 밤 법안이 각의에서 의결된 뒤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평시부터 생각하는 중요한 법률”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17일 “법 정비를 빨리 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안돼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나카 히로무(田中廣務) 전 간사장은 “법의 내용이 미비하다”고 지적하고 법안의 조기처리에 반대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이번 국회는 넘겨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야당의 반대〓공산당은 “헌법을 유린하고 인권과 자유, 의회민주주의를 짓밟는 ‘전쟁국가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사민당도 “‘유사’라는 개념을 확대 해석해 미국이 일으킨 군사행동마저 도울 수 있게 돼 있다”고 비난했다. 자유당은 “안전보장과 자위대 행동의 원칙이 명확하지 않다”며 자체적으로 법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법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미비한 점과 검토할 대상이 너무 많다며 신중한 심의를 요청했다.

▽상반된 매스컴〓아사히신문은 17일 사설을 통해 ‘무력공격사태’의 개념이 모호하고, ‘주변사태법’과의 관계가 불분명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법은 아직 정비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요미우리신문은 사설을 통해 “일본의 평화와 독립,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 정비의 제1보”라고 평가하고 “테러나 공작선에 대한 대처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헌법해석을 변경해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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