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의 세계화 시대〓카지노산업은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90년대에 연 평균 10% 이상, 경기 침체기였던 지난 2년 동안에도 8%씩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말까지 네바다와 뉴저지주 등 2개 주에만 허용됐던 카지노가 현재 48개 주에서 허용돼 800여 업체가 성업 중이다.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와 ‘세계 금융의 수도’ 뉴욕시도 대규모 카지노타운 건설 추진으로 라스베이거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10년 전 카지노 합법화 이후 100여개의 카지노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유럽의 카지노 대국인 영국도 지난 35년간 100여개로 묶어놓았던 카지노를 무제한 허용하고 카지노 광고도 허용하는 등 미국에 뒤진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등도 지난 10여년 사이 앞다퉈 카지노를 합법화해 연간 수십억달러의 세수를 올리고 있다. 체코 등 구 동구 공산권 국가들도 체제 전환 이후 카지노 유치에 적극 나서 중복 투자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
아시아에서도 ‘카지노 열풍’은 예외가 아니다. 한국과 인도가 2년 전 내국인용 카지노를 개장한 비롯,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네팔 등에서도 카지노를 통한 외화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지노는 전쟁터와 공산주의 국가에도 파고들었다. 중동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예리코시와 쿠바의 아바나, 북한 나진에도 카지노장이 최근 몇년 새 문을 연 것.
이런 바람을 타고 관련 기업들도 세계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카지노 업체인 ‘카지노스 오스트리아’는 14개국 70여곳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앉아서 돈 버는 정부〓이 같은 카지노 열풍은 각국 정부가 막대한 세수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편으로 앞다퉈 카지노 산업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 일례로 캐나다 정부가 카지노산업에서 벌어들인 세수는 92년 18억달러(약 2조3400억원)에서 2000년에는 57억달러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 때문에 카지노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세금 감면과 규제완화 경쟁도 치열하다. 몇 년 전 채널제도 등 몇몇 섬들이 세금 감면 조치를 시작하자 영국 정부는 관련 세금을 15%에서 6%로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각국의 카지노 육성책은 큰 부작용도 낳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카지노 산업을 키웠던 호주에서는 연간 29만건의 도박범죄가 기승을 부려 관련 산업의 세수(약 3조∼4조원)에 버금가는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I think…/손대현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
카지노 산업은 호텔과 테마파크, 쇼핑 및 컨벤션센터 등과 함께 들어서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종합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이런 점에서 카지노 산업의 세계적 확산 추세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 관련 다국적 기업들이 갈수록 해외 투자에 적극적인 데다 각국 정부도 돈 한푼 안 들이고 막대한 세수를 올릴 수 있어 카지노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세계적인 카지노 붐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외국관광객 대부분이 체류하는 서울에 카지노가 한 곳뿐인 수급불균형 문제 때문에 지난해 국내 카지노 산업은 입장객이 감소했다. 그동안 카지노를 불법화했던 일본과 중국, 대만 등 인접국들이 2, 3년 안으로 카지노를 개설할 예정이어서 국내 카지노 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카지노 산업에 대해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육성전략이 필요하다. 마침 월드컵이 이를 위한 호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카지노 산업은 ‘세수를 좋은 목적에 사용한다’는 전제 위에서 합법화된 산업이므로 적절한 규제 및 감시장치도 필요하다. 지나친 탈규제 만능주의는 자칫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