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극우파 부활 계기…80년대 불황속 ‘민족’ 내세워 득세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20분


“길거리의 위협을 그대로 전하고 야수적인 힘과 불합리의 망령을 흔들어대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3일 대선 2차 투표에 함께 오른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에 대해 퍼부은 비난이다.

우파인 그가 극우파인 르펜 당수에 대해 좌파 정치인 못지않게 격한 비난을 쏟아낸 이유는 뭘까. 이는 우리와는 다른 유럽의 이념적 전통에서 연유한다.

좌우파라는 용어는 18세기말 프랑스혁명 당시 처음 사용됐다. 당시 소집된 국민의회에서 보수파인 지롱드 당원들이 오른쪽에, 급진파인 자코뱅 당원들이 왼쪽에 앉았던 데서 유래한 것.

그러나 사회주의 사상이 태동한 뒤 좌파는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으로, 우파는 자본주의 또는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세력으로 구분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자본주의체제 내 혁신을 주창하는 사회민주주의가 좌파의 주류로 등장하게 됐다. 80년대 말 동구권 몰락 이후로는 이념적 구분이 무의미해졌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좌파와 우파의 정책이 중도로 수렴되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나 독일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무늬만 좌파’라고 불리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한편 극좌파와 극우파는 좌우파의 중도 수렴현상에 반발해 80년대부터 본격 등장했다.극우파는 80년대 말 경기침체와 함께 유럽 각국에서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득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우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즘의 토양이 됐던 국수적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유럽 각국에서 강한 경계대상이 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우파와 극우파의 이념 차이는 주류 좌우파간의 이념차보다 훨씬 크다.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등장한 각 정파의 고용정책을 예로 들어보자. 좌파인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35시간 근로제 확대를 주장했고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은 35시간 근로제 완화를 주장하되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르펜 당수는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모든 일자리에서 이민자를 쫓아낸 뒤 프랑스 사람들로 채우자고 한 것.

프랑스외교전략연구원 이환식(李桓植) 교수는 “이 같은 이념 차이로 인해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는 극우파에 대항해 주류 좌우파가 연대하는 경우가 잦다”고 설명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유럽 좌-우파 정책비교
정책좌파우파
경제정책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 및 개입시장원리에 따라 경제정책 운영
기업정책기간산업의 국유화 추진국유기업과 공기업의 민영화 추진
사회정책평등과 분배, 복지 중시경쟁원리에 따른 성과 배분 중시
국가운영국가 역할 증대(큰 정부 지향)국가 개입 최소화(작은 정부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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