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가 26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그가 취임 초 8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을 때 이 커피 광고는 “고이즈미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처럼 이 커피도 많은 사람들이 마시고 있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인들의 얘기다. 즉 “커피 선전이 아니라 실제로 고이즈미 총리가 지지를 호소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만큼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는 떨어졌다.
취임 초 그의 인기는 유명 연예인을 능가했다. 그가 한 말은 무더기로 ‘유행어 대상’을 받았고, 그의 캐릭터 상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10년 이상의 불황에 시달리면서 정치라면 넌더리를 냈던 일본인들은 ‘개혁’을 내걸고 등장한 그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러나 1년이 흐른 지금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경제는 여전히 불황이고, 정치는 이전투구 속에서 연일 부패 스캔들만 쏟아내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의 1년은 10점 만점에 평균 ‘4.7’점.
물론 개혁은 쉽지 않다. 국민 대다수는 개혁을 지지한다면서도 그에 수반하는 고통은 피하고 싶어한다. 뿌리깊은 ‘일본병’이 1년 만에 치유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도 무리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정치인에게 인기란 정말 신기루 같다는 것이다. 인기는 손에 잡히는 실적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실적이 없으면 인기는 순간에 사라져버린다. 인기의 허망함을 배웠다면 지난 1년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주는 가장 값진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이 점은 한국의 대선 주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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