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人權법원 “적극적 안락사 不許”

  • 입력 2002년 4월 30일 00시 38분


영국의 43세 동갑내기 전신마비 여성 2명이 29일 안락사의 허용 범위를 놓고 운명이 엇갈렸다. 치료를 포기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원한 여성은 죽을 권리를 행사한 반면, 생명을 억지로 끊는 ‘적극적 안락사’를 원한 여성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것.

유럽인권법원은 29일 남편의 도움을 받아 자살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다이앤 프리티(사진)의 요구를 기각했다. 프리티씨는 목 아래 전신이 마비돼 튜브를 통해 음식물을 먹고 있는 상태다. 그는 “나를 자연사하도록 두는 것은 괴로움을 주는 동시에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지난해 법정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영국법상 남편이 자살을 도울 경우 최고 14년형에 처하게 돼 있어 영국 대법원이 남편이 자살을 도울 경우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프리티씨는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법이 내 권리를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달 말 죽을 권리를 인정받았던 다른 전신마비 여성 ‘미스 B’는 24일 자신의 뜻대로 인공호흡기를 떼내 숨을 거뒀다고 29일 영국 보건부가 밝혔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달 22일 미스 B가 인공호흡기를 떼내게 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생명 유지를 위한 의학적 치료에 동의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는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이유로 죽을 권리를 인정한 바 있다.

유럽인권법원은 “이들 두 케이스는 매우 비슷하지만 중요한 윤리적 차이가 있다”며 “미스 B가 치료를 포기하는 권리를 요청한 반면 프리티씨는 생명을 끝내는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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