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실업자 年500만명 증가”

  • 입력 2002년 4월 30일 17시 48분


최근 중국의 실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실업이 중국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고 영자지 일간 차이나데일리와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노동절’(1일)을 앞두고 일제히 실업문제를 다루면서 “지난해 말 이미 도시실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실업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등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학자들도 실업문제의 해결 여부와 그 양상에 따라 중국의 미래가 결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 급증〓장쭤지(張左己) 노동 및 사회보장부 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실업자가 크게 늘어 지난해 말 현재 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장 부장은 “앞으로도 매년 실업자가 500만명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2005년경엔 실업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업자가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것은 98년 이후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4년 사이 2550만명을 해고했기 때문. 이중 800만명 이상이 아직도 직업을 갖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2년 이후 10년째 떨어지는 경제성장률도 원인이다. 92년 14.2%이던 경제성장률은 최근 7%대로 떨어졌다. 매년 신규로 유입되는 노동인력은 1200만∼1300만명인 데 반해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800만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공식 통계〓중국 정부의 실업률 공식통계는 장밋빛이다. 국무원 산하 신문판공실이 29일 펴낸 ‘중국의 노동과 사회보장’ 백서에 따르면 도시실업자는 894만명. 실업률은 3.6%로 완전 고용률에 가깝다.

그러나 서방 언론이나 학자들은 중국의 도시실업률이 이미 5%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고 보고 있다. 농촌인구의 절반은 실업자이며 5년 내에 도시실업자가 50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시위 빗발, 긴장하는 중국 지도부〓실업자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최대 유전지대인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시에서는 5만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3월 초부터 3주간 강제해고 중지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다 무장한 인민해방군에 의해 해산됐다. 지난달 21일엔 랴오닝(遼寧)성 랴오양(遼陽)시에 3만명의 노동자가 구속노동자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달 27일엔 퇴직근로자 200여명이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가 잇따르자 중국지도부는 한층 긴장하고 있다. 시위를 방치하다가는 89년 톈안먼(天安門)사태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국지도부의 인식이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노동자들을 무조건 탄압하기도 쉽지 않다.

연세대 경영학과 정구현(鄭求鉉) 교수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시근로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2004∼2006년경엔 실업자 폭증으로 중국이 상당한 사회불안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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