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기회복 발판 엔低 끝나나” 당황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06분


“벌써 엔저(低)가 끝나면 안 되는데….”

최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데 이어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이 외환 개입에 소극적인 발언을 하자 일본 측이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오닐 장관이 발언한 직후인 2일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엔화환율이 한때 달러당 126엔선을 기록하며 2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에 구로타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 재무관이 “일본의 통화정책에는 변함이 없다”며 견제에 나서자 엔화환율은 간신히 127.9엔에 마감됐다. 외환 관계자들은 일본 연휴인 3∼6일 해외시장에서 엔고(高)가 더 진전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닐 장관의 발언을 ‘달러가 약세로 가더라도 시장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일본 통화당국의 시장개입’을 강하게 비판하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엔고로 가더라도 일본이 행동에 나서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엔저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을 꾀해 온 일본으로서는 경제가 뚜렷이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엔고로 돌아서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실제로 일본 국내외에서는 일본 경제 회복을 비관적으로 보는 전망이 훨씬 많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도 이르면 다음 주 중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을 다시 낮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일 뿐 일본의 경제회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수출기업의 적정 환율을 웃도는 수준까지 엔고가 진전되면 일본 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4월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수출기업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볼 때 현재 일본측의 심리적인 저지선은 125엔선. 겨우 1, 2엔을 남겨둔 상황에서 일본 통화당국과 외환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된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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