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의 보고체계…매일 오전 직접보고 다른사람 배석못해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10분


지난해 8월6일 텍사스주의 크로퍼드 목장.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한 달간의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이틀전 이곳에 내려왔다. 섭씨 37도가 넘었던 6일 오전 목장 사무실에 한 장 반 짜리 보고서가 전달됐다.

이른바 ‘대통령에 대한 일일보고(Presidential Daily Brief)’로 중앙정보국(CIA)이 매일제출하는 보고서였다. CIA는 가장 최신 정보를 담기 위해 오전 2시부터 보고서를 작성해 1차적으로 오전 8시에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팀에 넘기지만 대통령에게는 직접 보고한다.

보고는 CIA국장이 직접 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브리핑 능력이 뛰어난 요원 2명이 번갈아 가며 맡는다. 이 자리에 다른 사람은 배석하지 못한다. 이날 브리핑에도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은 배석하지 않았다.

이날 보고서는 ‘알 카에다 세력이 미국 내에서 테러를 벌일 가능성에 대해 알고 싶다’는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작성됐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의 빌미가 되고 있다. 알 카에다에 의한 항공기 납치 가능성이 보고서에 언급돼 있었기 때문에 부시가 9·11 테러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

라이스 보좌관은 항공기 납치와 관련된 내용은 한두 문장에 불과해 이 보고서가 ‘사전 인지설’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보고서의 원문 공개는 거부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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