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은 슈뢰더 총리와의 회담에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미국과 유럽의 무역, 러시아와의 전략 핵무기 감축 합의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슈뢰더 총리는 부시 대통령을 ‘독일의 친구’라고 부르며 양국의 상호 존중을 강조했지만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에 대한 무제한적 연대를 약속한 것이 이라크 공격으로까지 확장되지 않는다”며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독일 연방의회에서 연설한 뒤 러시아의 모스크바로 향했다.
앞서 22일 유럽연합(EU)의 파스칼 라미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은 신경이 곤두선 ‘병든 코끼리’”라는 표현으로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노선과 철강제품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으로 인한 EU의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같은 날 독일 수도 베를린과 함부르크, 뮌헨, 뒤셀도르프 등 독일 전역 50여 도시에서 대대적인 반미(反美) 반전(反戰)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유럽을 재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겉으로는 유럽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단일 전선을 형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화와 이견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유럽은 우선 미국의 ‘악의 축’ 규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호전적이어서 국제평화를 오히려 위협한다고 비난하고 있으며, 중동평화 문제에서도 친이스라엘 태도를 보이는 미국에 명백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 밖에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 △군비 증강 △교토기후협약 탈퇴 △국제형사재판소 문제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갈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