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테러유령에 호들갑 떨지말라”

  • 입력 2002년 5월 26일 17시 39분


시사주간지 타임의 인터넷판은 24일 ‘금주의 인물’로 아부 주바이다(31·사진)를 선정했다. 주바이다씨는 이슬람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서열 3위. 3월 말 파키스탄에서 미국 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모처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금주의 인물’이 된 것은 지난주 미국을 테러의 공포에 사로잡히게 한 배후인물이기 때문. 미국의 은행과 아파트 건물이 테러당할 거라는 연방수사국(FBI), “테러 공격이 거의 확실하다”는 딕 체니 부통령, 자살폭탄테러가 우려된다는 로버트 뮬러 FBI국장의 경고 등은 모두 그의 말에 따른 것이라고 타임은 보도했다.

미 고위 관리가 테러 위협을 경고할 때마다 다리와 터널, 주요 건물에 대한 경계가 강화됐다. 25일 자유의 여신상으로 가는 배의 선착장에는 얼굴을 촬영하는 감시시스템이 설치됐다. 관람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촬영돼 테러 용의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사진들과 초당 100만개의 속도로 대조된다.

타임은 그가 지금까지 체포된 알 카에다 조직원 중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 테러와 연루돼 있고 9·11테러 공범으로 기소된 자카리아스 무사위와도 연계돼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가자지구에서 이슬람 지하드의 요원으로 활동하다 90년대 중반 아프가니스탄으로 피신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그를 서열 3위의 직책인 칼덴 캠프의 책임자로 임명했다.

문제는 그의 제보를 그대로 공개하는 게 옳으냐는 점. 타임은 “그가 곧이곧대로 말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알 카에다가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데 말려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타임뿐만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외교전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2일 ‘진정하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국민을 겁주는 게 바로 알 카에다가 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FBI는 25일에도 이번에는 테러범들이 소형비행기들을 납치해 자살테러 공격을 감행하거나 스쿠버다이버들을 이용해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를 이어나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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