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핵심은 누가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9·11테러 발생에 근접한 정보를 입수해서 제대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것.
본격적인 싸움은 CIA가 먼저 걸었다. FBI 피닉스지부의 한 요원이 미국 내 비행훈련학교에서 테러용의자들이 교습을 받을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음에도 FBI지도부가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비난이 확산되면서 CIA가 FBI를 겨냥해 “그런 보고를 우리가 알았더라면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했을 것”이라고 한 게 FBI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FBI는 즉각 “피닉스지부에서 올라온 보고내용의 상당 부분을 CIA도 이미 FBI와 공유하고 있었다”고 반격했다.
LA타임스는 “지난 2주간 폭로된 내용들은 두 정보기관의 개혁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자 사이에 마찰이 더 심화되고 있을 뿐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아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6월3일자)는 FBI 미니애폴리스지부의 여성요원인 콜린 로울 리의 내부 서한을 인용해 FBI본부가 9·11직전 테러범 자카리아 무사위의 컴퓨터와 소유품들을 조사하고 도청할 수 있는 영장청구 허가를 묵살했다고 고발해 FBI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두 기관은 다음달 6일부터 상하원 정보위의 조사를 받게 돼 있다. 따라서 조사를 앞두고 자신의 공적은 치켜세우고 타인의 잘못은 부풀리려는 이 같은 이전투구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전망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