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 공룡 앵커’ 사라지나

  • 입력 2002년 5월 29일 17시 43분


NBC 톰 브로커, CBS 댄 래더, ABC 피터 제닝스. (왼쪽부터)
NBC 톰 브로커, CBS 댄 래더, ABC 피터 제닝스. (왼쪽부터)
미국 방송뉴스의 ‘삼두 마차’가 20여년 만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2004년부터 저녁 뉴스 프로그램인 ‘나이틀리 뉴스’의 앵커를 톰 브로커(62)에서 브라이언 윌리엄스(43)로 교체할 것이라고 28일 발표했다.

CBS방송은 ‘이브닝 뉴스’ 앵커인 댄 래더(70)를 조만간 다른 뉴스 프로그램에 투입할 계획이며 현재 ABC방송 측과 계약연장 협상을 벌이고 있는 ‘월드 뉴스 투나잇’의 피터 제닝스(63)는 연봉 삭감 또는 퇴진 중 양자택일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래더씨는 81년, 브로커씨와 제닝스씨는 83년부터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맡아왔다. 최근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3인의 퇴장을 ‘공룡의 멸종’에 비유하며 “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미국 방송뉴스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앵커계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 저하. CNN, FOX뉴스채널 등 뉴스전문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의 등장으로 공중파 방송의 저녁 뉴스 시청률은 81년 84%에서 지난해 43%까지 떨어졌다.

또한 3대 앵커가 받고 있는 높은 연봉도 방송국들로 하여금 이들을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의 연봉은 현재 800만∼1000만달러 수준으로 2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상승했다.

이와 함께 60∼70대인 이들의 나이도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은 20년 이상 뉴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전달력과 분석력이 뛰어나지만 패기와 신선감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3대 앵커는 저마다 독특한 뉴스 스타일을 유지하며 독보적 위치를 구축해왔다.

백악관 출입기자 출신인 래더씨는 3명 중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견해 차이로 경영진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하원의원 게리 콘디트와 내연 관계를 맺다가 피살당한 워싱턴 인턴직원 챈드라 레비 사건을 가십거리라며 끝까지 보도하지 않았다.

역시 백악관 출입기자 출신인 브로커씨는 ‘미국 최고의 세대’라는 시사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 고졸 출신인 제닝스씨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세계 뉴스 현장을 돌며 특파원 생활을 15년 가까이 했다.미국 방송뉴스계의 전설로 통하는 월터 크롱카이트는 “뉴스 전달자, 정보 분석자, 정서적 안내자 등 3가지 역할을 수행해왔던 정통 앵커들이 사라지면서 미국인들은 정보 홍수 속에서 정보 부족에 허덕이는 기현상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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